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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교향곡’으로 보는 베를리오즈의 삶 이야기
- 작성자 :
- 뮤직브레일
- 분류 :
-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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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처음으로 올리는 이번 음악 이야기 편에서는 타고난 환상과 상상력에 더해 불굴의 음악 열정의 소유자 베를리오즈에 대해 대표작 <환상 교향곡>을 중심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엑토르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 1803-1869)
우리가 아는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Four Seasons>(1723)는 어떤 음악일까요? 이 작품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사계절을 뜻하는 표제가 있는 “표제 음악”입니다. 싱그러운 봄, 천둥번개가 치는 여름, 풍부한 수확과 기쁨의 가을, 눈 덮인 풍경의 눈의 4계절의 여러 다양한 특징과 모습 등이 담겨 있는 작품입니다. 마치 벽에 걸려있는 한 폭의 회화를 보는 듯하지요.
그러나 이러한 음악 안에서 회화적인 표현을 좀 더 극적인 드라마로, 더 입체적인 효과를 표현하는 그 안에 스토리가 있는 곡이 있습니다. 그것이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Symphonie fantastique, op. 14)(1830)입니다.
베를리오즈가 <환상 교향곡>을 작곡하게 된 동기는 한 여성에 대한 뜨거운 짝사랑에 기인한다고 합니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즐겨보던 중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햄릿>의 오필리아 역을 맡았던 당대 최고의 여배우였던 해리어트 스밋슨(Harriet Smithson)에 자신의 마음을 주고 맙니다.
이러한 그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은 스미슨에 대한 베를리오즈의 절망과 분노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시켜 탄생된 작품인 바로 <환상 교향곡>입니다. <어느 예술가의 생애>라는 부제를 단 이 곡은 자신의 자서전적인 내용을 담은 그의 정열적이고 로맨티시즘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4악장 구조를 가진 교향곡과는 달리 이 교향곡은 5악장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요. 각 악장마다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그 스토리는 내러이터나 성악가에 의해 불려지는 것이 아닌 순수 기악곡으로 오케스트라가 담당합니다. 어떻게? 여기서 베를리오즈의 독창적인 작곡기법 중 하나인 극중 등장인물처럼 일정한 특성을 가진 “고정 상념”(idée fixe)으로 나타납니다.
이 “고정 상념”은 하나의 주제로서 자신이 그렇게도 짝사랑한 연인(선율로 표현하고 각 악장마다 리듬, 악기 등을 변화시켜 사용)을 상징하는 데 쓰입니다. 전체 5악장을 통해 이
“고정 상념”은 여러 형태로 변하며 나타나고 연인의 외적 내적 상황을 묘사하게 됩니다.
베를리오즈는 서문에서 “연인이 예술가에게 선율이 되고 이것이 동시에 고정 상념이 되어 도처에 나타나 들리게 된다.”고 했습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전개됩니다.
한 여자를 미친 듯이 짝사랑했고 그녀가 퇴짜놓을까봐 전전긍긍하던 차에 실연을 당합니다. 이러한 좌절감으로 현실도피를 위해 아편을 먹지만 자살미수에 그치고 꿈속에서 단두대로 끌려갑니다.
그리고 그토록 짝사랑한 여인이 마녀가 되어 마녀들의 잔치에 나타난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전개하기위해 베를리오즈는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의 개성 있는 음색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그 표현력을 넓히는데 있어서도 그의 혁신적인 면을 발휘합니다. 다른 작곡가들의 총보에서는 보기 힘든 성부 분할을 시도했습니다. 즉 각 악기 군을 세부적으로 분할해 여러 음향 층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마녀들의 축제를 묘사한 5악장의 도입부의 현악기군이 그러한데, 제1 바이올린과 제2 바이올린은 각각 세 파트로 나뉘고, 비올라는 두 파트로 분할되고 있어 통상 5성부로 나뉘는 현악기군의 성부는 무려 10성부로 분할되어 두터운 음향 층을 형성합니다. 이러한 성부 분할 기법으로 한밤중의 스산하고 기괴한 분위기를 더할 나위 없이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베를리오즈는 한 여성에 대한 자신의 열렬한 사랑을 표제 교향곡인 <환상 교향곡>으로 승화시키고 그 여인을 나타내는 “고정 상념”이 곡 전체에 끊임없이 나옴으로써 그녀의 존재의
중요성을 상기시켜줍니다. 그녀가 즉 주인공이라는 셈이죠.
베를리오즈는 끈질긴 기질과 불굴의 음악정신을 가진 낭만주의 작곡가입니다. 그의 환상과 탁월한 상상력으로 낭만시대를 대표하는 <환상 교향곡>을 작곡하였습니다. “라이트 모티브”란 오페라에서 주인공이 등장할 때마다 특정 선율, 화음 등이 나오는 것인데, 오늘날의 영화에서 ‘…테마’라는 식으로 영화음악이 진행되는 것도 일부는 바그너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고, 결국 베를리오즈가 오늘날 영화음악의 씨앗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글루크(Christoph W. Gluck, 1714-1787)의 오페라에 매료되어 작곡가가 되기로 결심했던 베를리오즈에게 그의 어머니는 간곡히 타일렀다고 합니다. “얘야, 의사가 되어 훌륭한 일을 하면 천당에 갈 수 있지만, 음악가가 되는 것은 지옥을 향해 돌진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어머니의 말에 베를리오즈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어머니, 저는 천사들이 우두커니 서 있는 조용한 천당보다는 소란하더라도 음악이 있는 지옥을 택하고 싶습니다.”
그의 “소란스러운 음악이 있는 지옥”은 그의 <환상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인 “악마의 축제날”을 상기시켜주기까지 하는 어쩌면 그는 자신의 미래의 작품을 이미 예견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출처: 타고난 환상과 상상력 불굴의 음악 열정, 베를리오즈 | Re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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