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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먼저 작곡했을까? 젓가락 행진곡에 얽힌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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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직브레일
  • 분류 :
  •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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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 음악 이야기에서는 고양이 왈츠와 더불어 피아노를 전혀 못 치는 사람도 칠 수 있다는 가장 대중적인 클래식이기도 하고 혹은 재즈이기도 한 젓가락 행진곡의 유래에 관해 알아볼까합니다.

 

1. 세상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피아노곡

어린 시절 피아노 학원에서, 혹은 학교의 음악실에서 아이들이 피아노 앞에 모여서 가장 많이 연주한 곡이라면 고양이 왈츠랑 더불어 바로 '젓가락 행진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피아노 듀오, 젓가락 행진곡은 아이들이 접근하기 쉬운 C장조의 1옥타브 이내에서 검지로만 연주하는 독특한 연주법으로 피아노를 모르는 아이들조차도 조금만 연습하면 즐겁게 연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피아노를 잘 칠 수 있는 친구가 옆에서 반주까지 곁들어주면 더 신나고 즐거운 곡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짧고 쉬운 곡 속에 숨겨진 유쾌함과 우아함, 그리고 중독적인 멜로디로 인해 처음 세상에 알려진 이래로 수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이윽고 대중 매체의 발달로 각종 미디어에도 등장하게 되는데, 1946년의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해 The Best Years of Our Lives'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양손을 잃은 해군 참전 용사 헤롤드 러셀과 작곡가 호기 카마이클이 함께 젓가락 행진곡의 듀엣을 연주하는 최고의 명장면을 만들기도 하였고 1988년의 영화 'Big'에서는 미국의 장난감 회사 파오 슈워츠 FAO Schwarz에서 톰 행크스와 로버트 로지아가 발건반으로 재즈곡 '마음과 영혼 Heart and Soul'과 함께 젓가락 행진곡을 유쾌하게 연주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였습니다.

 

2. 남성의 이름 속에 숨겨진 여성 작곡가의 출판물

사실 젓가락 행진곡은 이름 그대로 유쾌한 2박자의 행진곡과 다르게 3박자의 춤곡, 왈츠의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알려진 '젓가락 행진곡'의 원래 이름은 ' 유명한 썰기 왈츠 The Celebrated Chop Waltz'였습니다. 이 이름은 나중에 '썰기 왈츠 Chop Waltz' 혹은 '젓가락 왈츠 Chop sticks Waltz' '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썰기 Chop'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음악을 작곡하고 출판한 작곡가, 아서 드 륄리 Arthur de Lulli가 악보에 적은 연주 방법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양손을 옆으로 돌리고 새끼손가락이 가장 낮게 연주해 마치 손의 움직임을 왈츠의 이름 그대로, 도마 위에서 써는 모양을 모방하시길 바랍니다.

'유명한 썰기 왈츠 The Celebrated Chop Waltz'의 초판 악보 중 도입부

젓가락 왈츠를 출판한 영국의 작곡가 아서 드 륄리 Arthur de Lulli는 사실, 16살의 영국 작곡가 유페미아 알렌 Euphemia Allen의 가명입니다. 당시 여성이었고 미성년자였던 유페미아의 작품을, 그의 오빠이자 출판업자인 모차르트 알렌 Mozart Allen이 자신의 여동생에게 남성 이름의 가명을 붙여주어 이 악보를 출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재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피아노 작품을 출판한 유페미아 알렌은 그 이후로 단 하나의 작품도 남기지 않고 역사에서 사라졌는데 일설에 따르면 1901년 스코틀랜드 인구 조사에서 그의 직업이 '피아노 교사'라고 명시되었다고 전해지기도 하며 이후 사망 증명서에 따르면 그의 직업이 은퇴한 음반 제작사라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지만 정확한 유페미아의 삶을 현재는 알기 힘들다고 합니다.

 

3. 사랑스러운 딸과 함께 만든 아름다운 듀엣곡

'커틀릿 폴카'로도 불리는 '타티-타티'

하지만 신기하게도 젓가락 왈츠에 얽힌 미스터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유페미아 알렌이 젓가락 왈츠를 출판한 1877년에 영국과 먼 나라인 러시아에서 활동한 러시아 5인조 중 한 한 명인 알렉산드르 보로딘 Alexander Borodin

과 그의 어린 딸 가니아 보로딘 Gania Borodin 또한 유페미아의 작품과 비슷한 곡을 연주했다는 점입니다. 어린 가니아 보로딘은 자신의 아버지인 알렉산드르 보로딘 앞에서 러시아 아이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타티-타티 Tati-Tati', 혹은 '커틀릿 폴카 Cutlet Polka'라고 불리는 이 곡을 두 손가락으로 연주하는 딸을 보로딘은 바라보면서, 마치 젓가락과 유사하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는 즉석에서 베이스 파트를 연주해 가니아와 함께 듀엣을 즐겼다고 합니다.

이후 보로딘은 가니아와 연주한 이 작품에 몇 가지 변화를 주어 자신들의 동료, 러시아 오인조들에게 소개했으며, 발라키레프를 제외한 러시아 오인조들과 함께 이 음악의 각 주제의 변화를 준 24개의 작품들을 작곡해 '인용 Paraphrases'이라는 이름으로 묶어 1897년에 출판되었습니다. 가니아가 연주한 4개의 마디로 이루어진 이 간단한 폴카곡은 유페미아의 젓가락 왈츠와 유사한 멜로디를 지녔으나 유페미아의 왈츠와 다르게 커틀릿 폴카는 2박자 계통의 작품이며 멜로디도 살짝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연주하는 방법의 유사성과 놀랍도록 유사한 멜로디의 공통적인 모습에서 이미 전 유럽에서 이 음악이 아이들 사이에서 퍼져있지 않았을까 추측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기원과 연관성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 기원과 연관성에 관해서 음악학자들은 여러 가지 설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정확한 증거가 없어 아직 오리무중의 상태이며 이로 인해 이러한 연주 방법을 처음으로 제시한 작곡가가 누구인지도 애매모호해졌지만, 음악학자들 사이에서는 가장 먼저 악보로 정리해서 출판한 아서 드 륄리, 즉 유페미아 알렌을 최초의 작곡가로 인정해 주고 있습니다. 당시 그가 당시에 사용한 가명 아서 드 륄리라는 이름으로 출판하였기 때문에 최근에도 여전히 악보에 그 이름이 같이 실려 출판되고 있으며 유페미아 알렌이 작곡한 버전의 젓가락 왈츠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어 연주되고 있습니다. 젓가락 행진곡은 어떻게 동시대에 물리적으로 거리가 먼 다른 나라에서 동시적으로 거의 비슷한 연주 방법과 멜로디가 아이들의 손에서 연주되었는지, 이로 인해 이렇게 창의적인 방법을 제시한 작곡가가 누구인지는 풀리지 않았지만 오늘도 아이들의 조막만 한 손에서 흘러나올 이 단순한 1옥타브의 곡이 어디선가 연주되고 있을 거라 생각하면 마음이 흐뭇해지는 기분 좋은 곡인 것만큼은 틀림없습니다.

내친 김에 점자악보 홈페이지에 최근에 올려진 수요 예술무대에서 김광민, 이루마가 연주한 젓가락 행진곡 재즈버전을 받아서 연주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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