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의 '슬픈 인연'은 표절인가 vs 선물인가! > 다양한 음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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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의 '슬픈 인연'은 표절인가 vs 선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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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직브레일
  • 분류 :
  •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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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 음악 이야기에서는 요즘도 심심찮게 회자되는 불우의 명곡 나미의 '슬픈 인연'의 표절 논란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볼까 합니다. '슬픈 인연'은 우리나라 대중음악 중에서 많은 분들이 잘 알고 좋아하는 곡임은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원곡도 좋고 015B의 리메이크 버전도 좋아하죠. 유튜브의 나미 버전 '슬픈 인연' 조회수가 몇백만, 015B 버전은 몇십만이 넘는다는 사실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미의 버전 동영상을 들어가보면 항상 댓글에서 발견되는 논란이 있는데요. 바로 " '슬픈 인연'은 일본곡을 정식으로 가져온 것이다" vs "일본곡을 무단으로 가져온 것이다"하는 논쟁 말입니다. 이 논쟁이 발생한 것은 어느 순간 '슬픈 인연'의 작곡가가 바뀌었다는 겁니다.

 

1985년에 이 노래가 처음 발표되었던 <Nami Vol.4>에는 곡에 대한 정보가 "박건호 작사 / 김명곤 작곡 / 김명곤 편곡"이었습니다. 그랬던 것이 어느 순간 저작권협회에서는 "아키 요코 작사 / 우자키 류도 작곡 / 김명곤 편곡"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러한 사례의 대부분은 표절이나 저작자에 대한 오기(誤記)이기 때문에 이 곡도 표절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도 당연한데요. 일단 전자의 주장은 "나미가 일본에서 음반을 내면서 '슬픈 인연'의 원곡인 ''라는 노래를 일본어로 불렀고 이를 한국에서 '슬픈 인연'이라는 노래로 다시 불렀다"는 것입니다. 후자의 주장은 "무슨 소리! 몰래 가져온거지! 그랬다가 들키니까 은근슬쩍 옮긴거지!"라는 거죠. 저는 전자의 입장이며 이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일본에서 먼저 발매된 '슬픈 인연'

우선 나미가 일본에서 '슬픈 인연'을 취입한 것은 사실입니다. 아래는 19841017(?) 일간스포츠에 실린 기사의 일부입니다.

 

"국내의 이런 시도와 함께 일본의 킹레코드사에서도 羅美가 부를 슬픈 인연을 싱글레코드로 22일부터 일본 전역에 발매하기 시작, 羅美붐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의 톱싱거 하시·유끼오에게 픽업된 羅美는 일본 매스컴들로부터 현재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는 솔 뮤직에 맞는 한국의 목소리라는 평을 받고 있다.

(중략) 지난 7월말 羅美를 초청해 슬픈 인연을 취입하게했다. 앞뒷면을 각각 한국말과 일본말로 부른 이 싱글레코드는 킹레코드사가 22일 일본에서 발매를 시작했다."

 

보다시피 이미 '슬픈 인연'은 한국 정식 발매 전에 기사에까지 실린 노래입니다. 나미가 취입하게 된 계기 역시 이 기사에 잘 나와있고요. 기사에 나오는 '싱글레코드'는 실제로 출반되었습니다. 이 앨범 사진에 흐릿하지만 한글로 '슬픈 인연'의 가사가 있고 마지막 사진의 도넛판 가운데를 보면 후렴구가 조금이나마 보입니다. 그리고 제작연도가 1984년으로 나와있습니다. 정황상 하시 유키오가 초청했으며 하시 유키오의 최신곡을 받아 앨범을 낸 상황에서 그 곡을 한국에서 다시 취입한 것이죠.

 

이 같은 정황에서 '슬픈 인연'은 원작자에게 밝히지 않고 저작권자를 바꾼 것은 아닐 것이라 추측해봅니다. 어떻게 이렇게 했을지 여러 상상을 동원하여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까요(어디까지나 시나리오일뿐 사실이 아님)?

 

나미가 일본 진출의 제의받고 ''라는 곡을 받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 먼저 ''와 이를 번안한 '슬픈 인연'이라는 곡을 발매합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발매해야되는데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정식으로 발매할 길은 없습니다. 그래서 원작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한국 앨범에는 김명곤 작곡으로 표기합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초반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되면서 김명곤 측에서 원작자를 바꾸게 됩니다. 솔직히 이를 뒷받침할 강력한 증거는 없습니다. 김명곤이 2001년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다만 2000년대 중후반부터 방송에 나오는 '슬픈 인연'의 작곡자가 'UZAKI'로 바뀌기 시작하였습니다. 물론 이후로도 김명곤 작곡이라는 방송이 있었고 심지어 2014년 기사에도 김명곤 작곡이라는 설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마치며

한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90년대 초반까지 수많은 금지곡을 양산해낸 공연윤리위원회(이하 '공륜')에서는 일본 표절곡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유사성이 있다고 생각되면 금지곡 조치를 바로 취했습니다. 그런데 일본노래랑 편곡마저 완벽한 이 곡에 대해서는 왜 금지를 하지 않았을까요? ''가 일본에서 별로 히트하지 않은 곡이라 그렇거나, 공륜에서 나미의 곡이라고 인정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만약 후자라면 '지적소유권'으로는 표절일 수는 있겠으나 곡 자체를 대놓고 훔쳐온 표절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큰 논란 없이 저작권자가 변경된 것은 이미 사전에 합의된 것이거나 이 노래가 나미의 노래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합니다. 그런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나는 정확한 계약 같은 것이 밝혀지지 않는 한 '슬픈 인연'은 표절이 아니라는 것을 믿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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