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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노래 부른 크로스오버 싱어 안드레아 보첼리
- 작성자 :
- 뮤직브레일
- 분류 :
-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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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 음악 이야기에서는 이탈리아 출신 시각장애인 테너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 1958- )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까 합니다.
그는 선천성 녹내장을 안고 태어났습니다. 태어난 지 몇 개월 되지 않아 눈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그의 부모는 사방팔방으로 여러 의사들을 찾아다녔지만 결과는 절망적이었습니다. 그래도 한쪽 눈에는 약간의 시력이 살아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그때 보첼리의 어머니는 우렁차게 울어대는 보첼리에게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었는데, 그때마다 아기 보첼리는 금세 조용해졌다고 하네요.
어둠 속에서의 답답함과 두려움으로 가득찬 어린 보첼리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은 눈맞춤이 아닌 ‘소리맞춤’이었습니다. 귓가에 스치는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이 그의 세계와 세상의 세계를 연결하여 주는 또 하나의 탯줄이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음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어린 보첼리를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은 이 어린 영혼이 음악과 소통하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보첼리는 사람들의 기대대로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소년으로 성장했습니다. 보첼리의 목소리는 가정에서, 학교에서, 교회에서 점차 인정받게 되어 성가대 독창자가 되었습니다. 열 살 소년은 수백 명의 청중 앞에서 <오 솔레미오O Sole Mio>를 불러 열광적인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이후 소년의 노래 실력은 일취월장하여 가는 곳마다 소년의 노래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넘쳐났다고 하네요.
노래하기를 좋아했던 소년 보첼리는 큰 음량과 아름다운 억양, 깊은 표현력을 요구하는 오페라를 특히 좋아했고, 노래뿐 아니라 음악을 하는 데 필요한 기본 악기인 피아노와 플루트, 색소폰, 트럼펫, 기타 등 여러 악기를 배우며 음악에 대한 소양과 열정을 키워 나갔다고 합니다.
보첼리는 음악적 재능을 타고났다고 해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집안에만 틀어박혀 피아노만 두들기는 연약한 소년이 아니었습니다. 그 나이 대의 다른 소년들처럼 이 음악 소년은 수영 등 다양한 스포츠에 도전하고 그 활동을 즐겼습니다.
그런 활달한 소년 보첼리에게 또 한 번의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친구들과 축구 경기를 하던 도중 골키퍼를 맡고 있던 보첼리에게 날아온 공이 그만 눈에 맞는 바람에 그나마 남아 있던 한쪽 시력마저 완전히 잃고 만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갈망하고 꿈꿔 왔던 오페라 가수의 꿈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시력을 완전히 잃게 된 소년은 “단 한 줄의 악보도 볼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울었습니다. 단순히 악보를 보지 못하게 된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무대 위에서 종횡무진 움직이며 상대 배우를 바라보며 표정과 몸짓으로 호흡을 맞춰 노래를 불러야 하는 오페라가수 특성상 이제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 보첼리는 그 꿈을 단념해야 했죠.
그러나 보첼리는 성악가에 대한 꿈은 여전히 그의 마음속에 살아 있었고, 언젠가는 그 꿈을 이루리라는 희망을 안고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로 피아노바에서 노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보첼리는 영국의 록 밴드 비틀스와 스티비 원더의 노래를 즐겨 듣게 되었는데요. 클래식 음악으로 훈련된 그에게 이들의 팝 음악은 새로운 세계를 보여 주었습니다. 한 마디로 이들의 음악에 꽂힙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보첼리에게는 딱 맞는 말이었습니다. 그의 첫사랑은 오페라 가수였습니다. 비록 오페라 가수의 꿈은 접었지만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었던 그의 간절함은 대중적 요소를 가진 팝음악과 오페라를 접목시킬 수 있는 팝페라(Popera) 가수를 꿈꾸게 했답니다. 그리고 그 꿈이 실현되려는 조짐이 보였습니다.
1992년 그의 나이 34세가 되던 어느 날, 그의 아내가 다급하게 불렀습니다. “여보, 주케로(Zucchero Fomaciari, 이탈리아의 유명 팝 작곡가이자 가수)가 파트너를 구한대요!”
주케로는 자신과 U2의 멤버 보노(Bono, 보컬 리드 싱어)가 공동 작곡한 작품 <불쌍히 여기소서 ‘미제레레Miserere’>를 듀엣으로 부를 테너를 뽑기 위해 오디션을 열었는데요. 여기서 주케로는 안드레아 보첼리를 선택합니다. 주케로는 시각장애인 보첼리의 목소리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회고했다고 합니다.
“그는 다른 테너들이 결코 가질 수 없는 뭔가를 갖고 있어요. 그것은 바로 목소리에 영혼을 불어넣은 능력이죠.”
1995년 보첼리는 이탈리아 작곡가 사르토리Francesco Sartori가 루치오 콰란토토Lucio Quarantotto의 시에 곡을 붙인 <그대와 함께 떠나리Conte Partire>의 영어 버전 <헤어질 시간Time to say Goodbye>을 불렀습니다. 이것을 들은 영국 팝페라 여가수인 사라 브라이트만Sarah Brightman이 함께 부를 것을 제안하여 두 사람은 무대에 같이 서게 됩니다.
이 음악을 듣고 미국의 유명한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보첼리의 노래를 들으면 눈물이 쏟아지고 만다.”고 찬사를 보냈습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보첼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종교심을 불러일으키며 절대자에 대한 찬미를 드리는 또한 인간의 마음을 성화시킬 수 있는 거룩한 가톨릭 성가 및 종교음악에도 몰두했습니다. 그는 바로크시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유명 종교 음악들을 모아 앨범에 담았습니다.
비발디의 <주 하느님, 하늘의 왕이시여(Domine Deus Rex Celestis)>, 바흐의 칸타타 <예수, 인간의 소망과 기쁨(Jesus bleibet meine Freude)>, 헨델의 <할렐루야(Alleluia)>, 베르디의 <거룩하시다(Sanctus)>, 비제의 <하느님의 어린양(Agnus Dei)> 등이 수록된 앨범 <세계를 위한 찬송(A Hymn for the World)>(1997)과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Ave Maria)>, 베르디의 <레퀴엠> 중 <Sanctus> 등이 수록된 앨범 <영혼의 아리아(Sacred Arias)>(1999)을 출시했습니다.
2006년에는 캐나다 출신의 팝페라 가수 셀린 디온과 <기도(The Prayer)>를 함께 불러 큰 찬사를 받았죠. 디온은 보첼리의 목소리를 두고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난 어떤 이가 하느님이 노래 부르는 음성을 가졌다면, 안드레아 보첼리와 같은 음성을 지니었을 것이라는 것을 들었다.”
안드레아 보첼리는 자신의 환경과 처지를 기꺼이 그리고 긍정적으로 승화시킨 성공적인 예술가입니다. 그의 음악은 음악 팬들에게서 유리돼 있던 클래식을 팝과의 부드러운 융합으로 클래식 음악의 거리감을 서서히 좁혀주었습니다.
보첼리는 음악을 통해 빛을 보았고 그 빛은 마음의 빛, 세상의 빛, 하늘의 빛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는 포기하지 않는 꿈은 언젠가는 이루어짐을 보여준 당사자입니다. 그의 꿈은 “소통”이었습니다. 소통의 대명사인 음악의 힘은 역시 대단합니다. 보첼리는 말합니다.
“신은 내게 눈 대신 목소리로 축복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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