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이야기 3 - 낭만파 > 다양한 음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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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이야기 3 - 낭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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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직브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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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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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시간까지 초창기 피아노의 시작 및 발전 그리고 고전파 작곡가들과 함께 점점 그 영향력을 확대했던 피아노 얘기를 했었죠. 이번 시간에는 피아노 이야기 마지막 시간으로, 낭만파와 피아노 음악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베토벤의 말년인 후기 시점부터를 클래식 음악에서 ‘낭만파’라고 부릅니다. 시작 시점이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으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좀 더 감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죠.

  낭만파 시기는 음악 역사에 있어 폭발적인 수준으로 확대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시기의 음악은 굉장히 친숙하게 느껴지는데요. CF, 영화, 드라마 등등의 삽입곡뿐 아니라 생활 속에서 알게 모르게 듣게 되는 많은 멜로디가 낭만파 시대에 등장한 음악들이죠. 단적인 예로 낭만파 작곡가 멘델스존이 작곡한 결혼행진곡을 들 수 있겠습니다.

 

  낭만파 시기에 와서 피아노라는 악기는 기술적으로 완성형의 단계에 도달했습니다. 피아노가 발명되고 다른 건반악기를 밀어냈던 이유를 이 전의 글에서 설명했었죠? 연주자가 음의 셈여림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에 좀 더 섬세한 표현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성보다 감정 표현이 강조되는 낭만파의 조류와 피아노라는 악기가 가지고 있는 특성은 궁합이 아주 잘 맞는 상황이었죠. 피아노 음악은 낭만파 시기에 있어 꽃을 피우게 됩니다.

  낭만파 시기엔 수많은 유명한 작곡가들이 등장했는데요. 연도순으로 주요 작곡가들과 피아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죠.

 

  슈베르트와 가곡

  슈베르트(1797~1828)는 베토벤(1770~1827)이 세상을 떠난 지 1년 뒤 사망했습니다. 시기적으로는 베토벤과 동시대에 활동했던 작곡가라고 할 수 있지만, 낭만파 음악가의 첫 페이지에 슈베르트를 보통 넣고 있습니다.

  실제 슈베르트는 죽기 전까지 유명한 작곡가는 아니었습니다. 그의 수많은 작품이 재조명받고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슈만과 같은 후대 음악가들 때문인데요. 31살의 빠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슈베르트는 그러나 놀랍게도 사는 동안 무려 998개의 작품을 작곡했고, 그중에서 가곡은 633곡에 이릅니다.

  슈베르트가 인정받게 된 것은 그의 음악이 형식적인 완성도를 중시하던 고전파 음악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형식과 풍부한 선율, 화음을 중시했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가곡에서 보여준 이러한 스타일은 후대 작곡가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었던 것이죠.

  가곡의 반주는 대부분 피아노로 이뤄집니다. 슈베르트 가곡에서의 피아노는 단순히 멜로디 반주에 그치지 않죠. 가수의 목소리와 더불어 피아노 또한 가사의 내용을 해석해서 표현한다는 점에서 피아노는 가수의 목소리와 대등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양손을 이용해 연주하는 피아노는 멜로디와 화음을 동시에 연주할 수 있는 이점과 연주자의 감수성을 구현할 수 있는 표현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 악기였습니다. 슈베르트는 피아노가 단순히 연주하는 악기를 넘어 사람의 목소리와 동등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경지로 끌어올렸습니다.

 

  낭만파 4총사 – 멘델스존, 쇼팽, 슈만, 리스트

  낭만파를 화려하게 불태운 4명의 천재가 있습니다. 멘델스존(1809~1847), 쇼팽(1810~1849), 슈만(1810~1856), 리스트(1811~1886)가 그들인데요.

  비슷하게 태어나 활동한 그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도 독자적인 자신들의 음악 세계를 정립해나간 인물들입니다.

 

  멘델스존과 무언가(無言歌)

  멘델스존은 음악 역사에서 가장 풍족한 삶을 누렸던 작곡가 중 한 명 입니다. 유대인 가문에서 태어난 멘델스존은 은행장인 아버지 밑에서 부유한 환경이었고, 어릴 때부터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으며 조기 교육까지 받았습니다. 요즘 말로 ‘금수저’ 집안에서 아낌없는 지원을 받았던 것인데요. 그러나 멘델스존은 특혜만 입은 게 아니라 이에 걸맞은 능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순탄한 환경의 영향인지 멘델스존의 음악은 밝고 경쾌한 색깔을 보여준다고 평가됩니다. 제도권의 음악 교육을 충실히 받은 바탕 때문인지 그의 작품은 고전파적인 형식을 따르면서도 낭만파적인 표현미를 가지고 있죠.

  멘델스존의 피아노 음악 중 대표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무언가’입니다. 말 그대로 ‘가사가 없는 노래’로 멘델스존이 직접 이름을 붙여 출판한 피아노 작품집인데요. 평생에 걸쳐 6곡이 한 권으로 총 8권의 무언가곡 집을 출판했으며. 각 곡은 3분여 정도의 짧은 길이 소품입니다.

  멘델스존의 음악은 비교적 단순 간결한 음악이 특징으로 이러한 음악들은 당시에도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에 넓게 보급되었던 피아노를 집에서 연주하기에 리스트의 음악 등은 직접 연주할 엄두를 낼 수 없었거든요. 하지만 멘델스존의 무언가는 듣기 좋으면서도 연주에 도전해볼 만했던 것이죠.

 

  슈만과 피아노

  낭만파 음악에서 피아노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슈만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슈만은 어릴 적부터 유명한 피아니스트를 꿈꾸며 강도 높은 연주 훈련을 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손가락의 부상을 입고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게 됩니다. 당시에 사용되던 피아노 연주 훈련 장치로 인해 얻은 부상이라는 설 등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전해지는데 결국 그는 이 이후로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고 작곡가와 평론가 활동에 주력하게 됩니다.

   평론가로서 슈만의 활약은 그가 창간한 잡지가 아직도 출판되고 있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겠는데요. 슈베르트의 음악을 발굴해 재평가하게 된 공이 슈만에게 있다고도 하죠. 멘델스존과는 친분이 깊어 서로에게 음악적인 조언을 해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고 합니다.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게 됐던 것에 아무래도 미련이 있었나 봅니다. 슈만은 실제로 피아노곡을 다수 작곡했고 작곡가 활동으로서 초기 약 20여 개의 작품이 모두 피아노곡이라 하죠.   피아노 연주자들에게 슈만의 작품은 연주하기 상당히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른 작곡가들과는 다른 독특한 화성과 리듬감을 가진 것이 특징입니다.

  슈만은 가곡에 있어 많은 업적을 남겼습니다. 본래 가곡에 대해 인정하지 않던 슈만은 멘델스존에게서 가곡의 가능성을 깨우치게 되었고, 그 이후로 수많은 가곡을 작곡합니다. 슈베르트에게서 태동한 독일 가곡을 한 단계 더 성숙시켰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슈만과 아내인 클라라, 그리고 브람스로 연결되는 뒷얘기는 슈만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죠. 자신의 피아노 스승의 딸이었던 클라라를 9살에 만나 첫눈에 반한 슈만은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장인과 심지어 재판을 벌이기까지 합니다. 결국, 결혼에 성공한 슈만. 낭만파 작곡가인 슈만은 삶 자체도 로맨틱했고, 아내와의 사랑과 관련해 많은 곡이 탄생했습니다.

  브람스는 슈만의 말년에 가깝게 지내게 됐던 후배 작곡가였고 슈만이 평론을 통해 그를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브람스는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사모했죠. 슈만이 죽기 전에 그 사실을 알았다 아니다를 가지고 논란이 있는데요. 슈만이 죽으면서 마지막으로 아내에게 남긴 말이 ‘나는 알고 있다’ 인 때문에 이와 관련된 의혹이 몇백 년에 걸쳐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쇼팽, 피아노의 시인

  피아노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피아노의 시인’ 쇼팽. 아침 조회와 명상 음악으로 너무나 익숙한 쇼팽의 음악은 클래식에 입문할 때 추천하는 음악이기도 하죠.

  쇼팽은 폴란드 출신입니다. 프랑스인 아버지와 폴란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쇼팽은 어릴 때부터 피아노 천재 소리를 들었는데요. 고향 폴란드에서 인정받고 음악의 중심지 오스트리아 빈으로 건너가서도 피아니스트로 인정을 받았죠. 여기까지는 승승장구였던 쇼팽에게도 슬럼프 기간이 찾아옵니다. 이후 파리로 건너가서는 연주회를 해도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신동, 천재 소리를 듣고 자라왔으니 이와 같은 대우에 상처를 받았었겠죠. 미국으로 건너갈까 고민하던 쇼팽은 폴란드 출신의 귀족을 만나게 됐고 살롱에서 연주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쇼팽은 여기에서 다시 인정받으며 사교계에서 활동하기 시작합니다. 멘델스존, 리스트와 같은 낭만파 작곡가들과의 친분은 이 시기에 이뤄지죠.

  그 이후 쇼팽은 프랑스에서 계속 머물렀고 많은 작품을 탄생시킵니다. 쇼팽에 의해 피아노 연주법은 한 단계 더 진보했습니다. 그의 주법 테크닉과 페달 사용 등은 후대 피아니스트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죠. 쇼팽의 이름을 딴 쇼팽피아노콩쿨은 세계 3대 피아노 콩쿨의 하나로 뽑힙니다.

  쇼팽은 자신 스스로가 뛰어난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주로 피아노곡을 작곡했습니다. 쇼팽의 여러 다른 장르의 피아노곡도 유명하지만 그를 대표할 수 있을 것이 바로 ‘녹턴’이지요. 당시 프랑스 사교계에는 일찍 저녁을 마치고 가볍게 피아노 음악을 들으며 쉬는 문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차분하게 쉬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피아노 독주의 잔잔한 음악을 배경 음악처럼 깔았던 것이죠. 녹턴은 이런 분위기에 최적화된 곡입니다. 현재도 파티, 연회 등에 피아노 반주자가 많이 연주하는 곡이기도 하죠. 일본식 표현인 야상곡의 말 그대로 밤의 정경을 묘사한 잔잔하고 감상적인 멜로디가 매력적인 음악입니다.

  실제 쇼팽이 활동하던 시기 살롱에서 녹턴을 연주하면 평론가들은 ‘여자들이나 꼬시는 음악’이라는 식으로 녹턴을 평가 절하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유행가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감상적인 멜로디에 대한 폄하, 피아니스트로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쇼팽에 대한 평론가들의 시샘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추측해보는데요. 재밌는 것은 남자들이 여성들에게 작업할 때 도전하게 되는 연주곡 중 하나가 쇼팽의 녹턴이죠. 뭐니뭐니해도 가장 낭만파스러운(?) 곡들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리스트, 피아노의 왕

  클래식 음악 역사상 최고의 피아노 테크니션으로 일컬어지는 리스트. 그는 헝가리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릴 때부터 재능을 선보여 헝가리 귀족들의 지원을 받아 빈으로 유학을 떠나죠.   어릴 적 리스트의 피아노 스승이 우리에게도 친숙한 ‘체르니’라고 하는데요. 아버지가 빨리 세상을 떠나 힘든 생활을 이어가던 리스트에게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을 만남이 생깁니다. 유명한 바이올린 연주자 파가니니의 공연을 직접 보게 된 것이었죠.

   엄청난 기교의 연주로 유명했던 파가니니의 연주를 직접 본 리스트는 자신이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며 연습에 몰두합니다. 그리고 그 노력의 결과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리스트죠. 쇼팽과 비교했을 때 과하다 말할 정도로 평가되는 리스트의 곡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습니다.

  리스트는 엄청난 기교의 퍼포먼스를 통해 수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클래식 음악계의 아이돌이라고 하죠. 이때 리스트의 광적인 팬들을 Lisztomania라고 했는데 요즘에 우리가 많이 쓰는 mania의 어원이 되었습니다. 단독 연주인 리사이틀을 처음 시작한 것도 리스트입니다.

  리스트를 가장 대표하는 것이 기교로 알려지면서 다른 부분들이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는 것도 사실인데요. 쇼팽과 더불어 피아노 음악의 대표로 일컬어지는 것은 리스트가 단순히 연주만 잘하는 연주자가 아니기 때문이겠죠. 파가니니뿐 아니라 베를리오즈, 쇼팽과 교류하며 리스트는 낭만파의 정신과 표현력 등을 흡수했고 이를 바탕으로 낭만파를 대표하는 작곡가가 되었습니다.

  리스트는 ‘교향시’라는 장르를 탄생시켰는데요. 교향시란 시나 회화에서 받은 감상을 바탕으로 하는 표제음악을 말합니다. 교향곡의 구조를 탈피해 단악장으로 이뤄진 교향시는 문학과 음악을 결합시키거나 극복하려는 노력을 시도했던 낭만파 음악가들의 노력에 대한 리스트의 종합이라고 할 수 있겠죠. 다른 낭만파 작곡가들에 비해 장수했던 리스트는 낭만파 시기를 두루 몸으로 겪으며 성숙한 결과물을 말년까지 내놓았습니다.

 

  낭만파 음악가들과 그들이 만든 피아노 음악들은 대중들의 사랑을 지속적으로 받았고, 그 흐름은 이후 인상파, 러시아의 국민학파 등등에도 계속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후에도 클래식 음악에서 가장 큰 비중과 많은 앨범이 나오는 것은 피아노와 관련된 작품들이죠.

  피아노 이야기는 낭만파를 마지막으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피아노는 ‘악기의 왕’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악기 답게 나눌 이야기가 무궁무진한 것 같아요. 낭만파 이후의 음악들에 대해서는 다음에 또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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