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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이야기 2 - 바로크와 고전파
- 작성자 :
- 뮤직브레일
- 분류 :
-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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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는 크리스토포리가 만들어낸 피아노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게 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이번 음악이야기에서는 역사 속에서 피아노로 음악을 만들었던 작곡가들의 이야기를 나누어볼까 합니다.
바로크 시대
피아노가 처음 만들어진 시기는 예술 양식에서 ‘바로크 시대’라고 말하는 때입니다. 바로크의 어원은 포르투갈어 ‘pérola barroca’에서 나왔는데 찌그러진 진주라는 의미죠. 거대함, 화려함을 중시했던 스타일 때문에 비하하는 의미로 쓰였는데 지금과는 좀 다른 느낌이죠?
이 시대를 대표할 수 있을 피아노 음악의 작곡가로는 바흐, 헨델, 스카를라티를 손꼽을 수 있습니다. 물론 당시엔 아직 피아노가 개발된 초창기라서 피아노 이전 건반 악기의 대표였던 하프시코드로 작곡하고 연주됐던 음악들이죠. 그러나 최근엔 피아노로 연주된 버전으로 더 많이 듣게 되는 음악들입니다.
조곡(組曲). 모음곡. Suite
바로크 시기의 피아노(건반) 음악을 대표하는 장르 중 하나는 조곡이라고 하는데요. 말 그대로 ‘조를 짜놓은 노래’로 춤곡을 엮어 놓은 모음곡입니다. 바로크 시기의 모음곡은 고전 모음곡이란 이름으로 이후 19세기 근대 모음곡과 구분하여 부르는데요. 그 이유는 바로크 시기의 고전 모음곡들이 일정한 형식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3~8개의 춤곡으로 이뤄져 있는데 필수요소와 선택요소들로 나뉘어 있죠. 프랑스어로 되어 있는 친숙하지 않은 용어들이라 구체적인 이름은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기본적인 흐름은 차분한 음악과 빠른 음악이 번갈아가면서 나오다 마지막에 가장 빠른 음악으로 끝냅니다. 감상자를 배려한 일종의 선곡 개념이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대표적으로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 영국 모음곡 등이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참고로 모든 조곡이 피아노 음악은 아니란 것은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습니다. 피아노 외에도 첼로, 관현악 모음곡 등도 있죠. 피아노 모음곡을 감상하고 싶으시면 piano suite, 피아노 모음곡(조곡)으로 검색해 보세요.
푸가(fuga)
푸가라는 말은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데요. 돌림노래, 캐논(카논)은 들어보신 적이 있죠?
푸가를 설명하기에 앞서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중세시대 교회에서는 악기로 반주하는 것을 불경스럽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지금과는 달리 찬송가를 부를 때 반주가 없이 사람의 목소리로만 불렀던 것이죠. 하지만 이는 종교적인 것이고 일반 사람들은 당연히 다양한 악기 반주와 함께 노래와 춤을 즐겼죠. 교회의 신부들도 인간인지라 무미건조하게 반주 없이 노래만 부르는 것에 실증을 느꼈나 봅니다. 변화를 시도하는데요.
처음에는 노래의 시작을 조금 달리하여 불러보았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돌림노래죠. 불러보신 분은 알겠지만, 신기하게도 시작을 조금 달리하여 부르는 것만으로도 노래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성가나 감성적인 음악들에서 그 효과가 더 증폭되는데요. 여기에 단순 반복뿐 아니라 변화가 추가되기 시작하지요.
다른 이야기도 있습니다.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부르던 성가다 보니 남녀노소가 다 섞여서 노래를 부르고 각자 음역이 제각각 섞였었겠죠. 조화롭지 않다고 느꼈었겠지만, 반대로 우연히 여러 가지 화음이 얽히는 효과도 있었을 겁니다. 어쨌든 이러한 변화를 거치면서 두 가지 가락이 동시에 얽혀 노래를 불러도 자연스럽게 들리고 더 좋은 음악이 된다는 걸 알게 된 사람들은 연구를 거듭했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음악이론이 ‘대위법’이라고 하고, 푸가는 이런 대위법이 가장 잘 구현된 장르죠. 요즘에 우리가 듣는 노래들 대부분은 멜로디+반주 형태의 ‘화성음악’이라고 하는데요. 푸가는 두 가지 이상의 가락이 얽혀 있지만 각자 진행된다는 의미로 ‘다성 음악’이라고 합니다.
바흐는 대위법과 푸가의 형식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을 작곡합니다. 이는 클래식 음악의 ‘구약성서’라고 평가되는데요. 지금 들으시는 것처럼 계속 반복적인 선율들이 이어지는 독특한 매력이 있죠. 끊임없이 빠져든다는 의미로 ‘마약 노래’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흐, 헨델 등에 의해 음악 이론과 형식이 탄탄해져 가고, 스카를라티는 건반 악기의 연주 테크닉을 끌어 올리며 건반 음악은 점점 발달되어 갔습니다. 이에 맞춰 피아노는 점점 기술적으로 개선 되어갔죠.
고전파 시대
18세기는 계몽주의가 태동한 시기입니다. 르네상스를 거치며 유럽 사회는 인간, 이성 중심 사회로 개편되기 시작했고 18세기 프랑스와 독일은 계몽주의까지 등장하며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합니다. 음악 또한 이러한 사회의 변화와 전혀 무관할 수 없었습니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활동한 고전파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이죠. 당시 빈은 독일권을 대표하는 도시면서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권 문화가 혼합된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도시였습니다. ‘고전파’라는 이름 때문에 낡고 고루한 것으로 느껴지는데, 이 용어는 낭만파 시기와 구분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입니다. 오히려 당시엔 새 시대를 여는 음악이었죠.
소나타(sonata)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현대자동차의 모델명으로 너무나 친숙한 ‘소나타’. 고전파 시대 음악의 가장 큰 성과를 소나타 형식의 정립이라고 말하는 데요. 보통 독주곡의 의미로 소나타에 대해 생각하기 쉬운데 정확히 얘기하면 소나타는 ‘형식’을 의미합니다.
바로크 시대 음악은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아직 종교적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바흐가 구축한 대위법과 같은 형식에 얽매여 있었습니다. 18세기의 급속한 사회 변화와 시민 사회의 성장을 통해 바로크 시대의 음악은 사람들에게 흥미를 잃어갔습니다. 형식적이고 반복적인 구성이 사람들에게 식상하게 느껴졌죠.
음악에 대한 관점도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신을 찬양하는 수단이었던 음악이 이젠 인간의 즐거움과 여가를 위한 것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음악의 형식에도 변화가 일어나야겠죠. 대중들이 좋아하는 음악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아주 옛날에서부터 변화가 있는 형식을 좋아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드라마의 3장 구조에 대해 이야기했죠. 음악에서는 ‘소나타 형식’이 이러한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시부-발전부-재현부라고 이야기하는 구조를 바로 소나타 형식이라고 얘기하는데요.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저희가 듣는 대중가요의 대부분이 이 소나타 형식이거든요. 제시부는 전주, 발전부는 후렴구, 재현부는 노래의 끝부분으로 생각하면 되겠네요.
‘소나타’는 소나타 형식으로 이뤄진 여러 악장으로 이뤄진 노래를 뜻합니다. 3~4악장으로 이뤄진 것이 대부분이죠. 1악장은 빠르게, 2악장은 느리게, 3악장은 매우 빠르게 구성되는 것이 기본적인 형태입니다. 이제 소나타 음악을 들을 때 악장에 따라 어떤 흐름이 될 것인지 대략 느낌이 오시죠?
베토벤과 피아노 소나타
모차르트와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도 유명하지만 피아노 소나타의 대명사는 단연 베토벤이죠.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클래식 음악이기도 합니다. 모차르트도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했지만, 그는 자신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오케스트라와 마치 대결을 벌이는 듯한 구도의 피아노 협주곡(concerto)에 더 매력을 느꼈다고 평가됩니다. 물론, 피아노라는 악기 자체가 베토벤의 시기에 와서야 완성형에 이른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튼 개선된 피아노의 성능은 이제 음의 셈여림과 연주자의 감정 표현을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됐고, 양손을 이용해 피아노 한 대 만으로도 화성 음악이 구현된다는 특징은 피아노의 대중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베토벤은 이를 극대화시킨 작곡가입니다.
베토벤은 총 32곡의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했습니다. 베토벤을 고전파에서 낭만주의에 걸쳐 있는 작곡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그의 피아노 소나타를 순서대로 들으면 베토벤이란 한 예술가의 역사를 추적해가는 의미가 있죠. 또한, 베토벤은 피아노 소나타에서 음악적인 실험을 완성한 뒤 교향곡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베토벤의 교향곡을 듣기 전에 피아노 소나타를 먼저 들어보는 것은 그의 작품을 더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되겠죠.
베토벤이 피아노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낭만파 시대가 이어집니다. 개인의 정서적인 면이 강조된 낭만파 시대 초기에 피아노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죠. 다음 시간은 낭만파와 인상주의로 이어지는 흐름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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